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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내는 날 <검6>

by 신디하이 2024. 6. 25.

요즘은 온라인으로

학원비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학원은 아직까지는

온라인 보다 학생들이

직접 카드를 들고 와서

결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경우 부모님이

아이에게 카드를 보내지만

아이들은 카드를

집에 놓고 오거나

가져와도 까먹고

결제 안하고 집에 그냥 가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런 경우 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확인을 해야 한다.

‘카드 가져왔니?’

 

학원 상담실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원비 결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원비를 잘

받아야 학원도 운영할 수

있고 선생님들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말이 너무 어렵다.

“카드 가져왔니?”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하기까지

몇 번을 생각한다.

 

혹시 집이 어려워져서

카드를 못 가져오나?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그냥 까먹고 안 가져온 거겠지?

 

내가 카드 가져왔나

물어봤다고 아이가 상처

받는 건 아니겠지?

 

혼자 있을 때 물어볼까?

 

아무 일 아닌 척 친구들이랑

있을 때 물어볼까?

 

아이주위를 빙빙 돌며

친한척하며 눈치만 보다 결국

말을 못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나는 내가 싫어 지곤 한다.

 

어느 날은 한 아이가

“실장님~ 실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 가져왔어요.”라고

말할 때가 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뭐지?

순간 나도 궁금해져서

아이를 쳐다봤다.

빙그레 웃으며 카드를 흔든다.

헉, 순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는다.

 

결국 체념하며 카드를 받는다.

아이들 눈에는 내가 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겠구나.

생각이 들어 약간

부끄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좀 더 멋진 어른으로

보이고 싶은데 좀 아쉽다.

 

지각했다고 조금 잔소리하면

학원 그만두겠다고 협박하는

아이들 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카드 이야기

<검 6 카드> 이 카드를 보니

나와 우리 딸이 남편이 젓고 

있는 배 위에서 앉아 있는 듯하다.

오늘따라 더욱 우울하고

어쩐지 슬픈 느낌이다.

 

하지만 열심히 노 저으며

전진하는 남편원장 믿고

그냥 갈 뿐이다.

 

가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오늘도 앞으로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