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여학생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해서
엄마 아빠가 늦게 오시는 날이 많아 주로
동생이랑 둘이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학원 끝나고 집에 갈 때쯤 되면 오늘 뭐 먹을지,
뭐 시킬지 고민 하는 친구였다.
동네 맛집, 배달 어플 식당들을 꽉
잡고 있던 아이는 학원앞에
김밥집 맛있다고 추천을 해주었다.
선생님 새로 생긴 김밥집 있는데,
거기 새우 김밥 좀 비싸긴 한데 정말 맛있어요.
어제도 먹었는데 오늘도 집에 가는 길에
사갈 거예요.라고 말했다.
너무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야기해서
이야기를 듣는 내내 배가 고팠다.
며칠 후 원장남편과 김밥을 시켜 먹었고,
동네에서 먹은 김밥 중에는 제일 맛있었다.
새우 김밥을 처음 먹어본 사람으로서는
신세계의 맛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들이
먹는 이야기를 하면 근처에 가서
이 동네 뭐가 맛있는지 묻곤했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마라탕을 먹는
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어디
마라탕이 맛있냐고 물어봤더니,
학원 근처 2층에 있는 마라탕집을 추천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한 친구가 거기 별로 라며
다른 곳을 추천했다. 먹자골목 1층에 있는
마라탕 집이었다.
자고로 마라탕은 혀가 얼얼한 통증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순하다.
어디는 단계 조절이 어렵다.
아이스크림을 준다. 서로서로
본인이 추천한 곳이 더 맛있다며 열을 올렸다.
마라탕은 이걸 넣어 먹어라,
넌 소세 시를 너무 많이 넣는다. 기타 등등…….
수업할 때는 멍하게 있더니 갑자기
흥분해서 이런저런 추천하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두 곳 다 가보고
이야기해 주기로 했다. 추천받은 집 중
일층에 있는 집은 사람이 많아 조금
한적한 2층에 있는 집으로 갔다.
이것저것 골라 무사히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어딘가
느낌이 싸해졌다. 점점 학생들이 오기 시작했고,
순간 가게 안은 중학생들로 꽉 차기 시작했다.
중학생들의 맛집이라 그런지 우리 말고
다 중학생 들인듯했다. 헉!! 순간 학원 학생을
만날까 두려워졌다. 밖에서 학원 학생을 만나면
참 어색하다. 더 어색한 건 학원을
그만둔 학생을 만나는 것이다.
아는 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라탕이 나왔고,
나오자마자 단숨에 먹고 나왔다.
혹시라도 아는 아이들 만날까 봐
눈치 보며 급하게 먹어서 맛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연히 이전 회사 앞에서 밥 먹는데
이전 회사 상사가 밥을 먹고 있어서
못 본 척 눈치 보며 급하게 먹은
느낌이라고 할까?
내가간 마라탕 집은 나의
중학교 앞 떡볶이 집 느낌이었다.
메뉴는 마라탕으로 바뀌고
인테리어도 세련되었지만,
중학생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깔깔거리며 먹는 그런 곳이었다.
40대 학원원장 부부가 가면 안 되는
금지된 장소 같은 그런 느낌.
그 후로 학생들이 추천해 준 곳은
가지 않기로 했다.
정말 먹고 싶으면 배달해서 먹는 걸로…
급하게 먹어서 체한 듯,
마라탕 먹고 싶었는데 제대로
먹지 못해서 당이 땡긴다.
그래도 맛집 추천해 준 친구들과
같이 감사 초콜릿을 먹어야겠지
카드 이야기
맛집 추천해 준 친구에게
뭐라고 이야기할까 생각하다
카드를 뽑았다.
<바보> 이 카드를 보는데
정말 순수하게 맛있는 것을 보면
좋아서 웃는 아이들이 생각났다.
나는 왜 음식점에서
음식만 보지 못하고 분위기,
주변 상황에 신경 썼을까?
나도 다음에는 순수하게
음식에만 집중해 보아야겠다.
마라탕 또 먹고 싶다.